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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루뿌챠카 온천에서 그 동안 쌓였던 여독을 풀고 다시 길을 나섰다.
따오청마을에서 간단히 아침요기하고 가방 가득 먹을거리를 꾸역꾸역 채워 넣었다.
오늘은 파와산 고개를 넘어 또하나의 샹글리라 (중국은 운남성의 중디엔을 샹글리라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진정한 샹글리라는 르와(야딩풍경구)일 것이다) 까지 가는 일정이다.

 

열오사를 품고 있는 파와산 고개를 오르는 길
티벳의 날씨는 정말 예측 불허이다. 아침에는 파란 하늘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우박 한 바탕 쏟아 붓기 일쑤다.
 



파와산 고개(4513m)
춥다...정말 춥다. 티벳 하면 떠오는 생각은 열에 아홉 '춥다'다. 따오청에서 나설 때만해도 때때로 햇살이 비쳐 괜찮았는데, 고개마루에서는 비와 우박이 바람에 실려 온 몸 때린다. 가방 속의 옷들을 급한대로 껴입고 고어텍스 자켓까지 입었는데도 춥다. 빨리 내려 가자!
 

한참을 추위를 피해 정신 없이 내려오다 보니 언제부터 계곡이 옆을 떠나지 않는다.
 

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이 망망 티벳 고원의 물은 어디로 흐르려나?
 

산이 모든 색깔을 담고 있다.
하얀 구름아래
저 능선 넘어에 파란 하늘
능선 코 밑에 점점히 붉은 단풍
아래 나무 끝자락에 살포시 앉은 노란 잎새
아직도 생기를 잊지 않은 초록색
너무나도 깊고 맑은 청남색 계곡물
다시 하얀 물거품

한 자리에서 셔터를 아무리 눌러대도 이 모든 색깔을 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해와 비가 만나다 헤어지다.
티벳 여행은 이래서 힘들다. 위에서는 우박이 내리셔 옷 껴입고, 중간에 해가 쨍쨍해서 다시 옷 벗고, 내려오다보니 갑자기 비가 내려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다.
 

티벳의 전통가옥 마을,
집집마다 하나의 요새같다.
 

파와산 고개 넘고나서 부터는 하루 종일 그저 브레이크만 가끔씩 잡아 줄뿐 계속해서 내리막이다. 저 계곡물이 지쳐 쉬는 곳에 아마도 르와마을이 있나보다.
 

여기서부터는 선내일 신산 트레킹이 시작되는 평온한 아침의 캉꾸마을
 

어제는 계곡물을 따라서 하루 종일 내려왔는데,
오늘은 계곡을 끼고 하루 종일 오르려나 보다.
 

어깨는 짓누르는 배낭무게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아름 다운 길에 정신을 빼앗겨 무거운 줄 모르겠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쉬는데, 넌 어디를 그리 쉬지 않고 가느냐?
 

언덕에 올라 계곡 물소리에서 잠시 벗어나다.
 

잠시 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뒤 따라온 티벳친구가 동행해 준다.
그런데 얼마를 갔을까 갑자기 멈춰서더니 저 멀리 산을 가리키며 소 흉내를 낸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한참 벙어리 손짓 발짓 판토마임 끝에,
저 산에 자기 소를 풀어 놓았는데 찾으러 가야해서 여기서 헤어 져야 한다는 것 같다.
도대체 저 넓은 곳에서 보이지도 않는 소를 어떻게 찾을거냐? 고 물으니 그저 웃는다.
나도 따라 웃을 수 밖에
 

한 걸음 한 걸음 내 디딜 때마다 마음이 맑아진다.
 

계곡은 점점 깊어만 간다. 계곡을 따라 고개를 넘고 넘어도 끝이 없었던 칠선 계곡이 떠오른다.
 

 다시 계곡을 만나고

 

 소박한 다리를 건너고

 

 마침내 선내일 신산이 하얀 살결을 살포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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