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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9. 후회하지 않기 위한 도전 (Manali~Marhi)


비록 짧은 하루였지만 마날리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

일주일 만에 무지 보고 싶었던 가족과 통화를 할 수 있었고,

간만에 깨끗하고 전망좋은 숙소에서 우아하게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하고, 

입맛에 맞는 맛있는 요리며...콜라, 아이스크림, 신선한 과일로 실컷 배도 채우고, 

구하기 힘들었던 가스 카트리지도 구입하여 캠핑의 날개를 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탕 라(Rohthang La, 해발 3980m)에 대한 현지정보도 어느정도 수집할 수 있었다.

먼저 현재 공사중인 로탕 터널은 군사적 목적의 위급사항이 아니한 일반인이 통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별 수 없이 로탕 라(Rohthang La)를 넘어야 한다.

여러 여행사에 수소문한 결과...( 2019년 5월 16일 당시)

마날리에서 로탕 라까지는 제설작업이 어느 정도 되어서 올라 갈 수 있으나,

접근이 허가된 곳은 로탕 라(Rohthang La)에서 15km 남짓 떨어진 고개 넘기전 마지막 마을 마르히(Marhi)까지만이다.

결국 로탕 라(Rohthang La)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자전거 여행을 접어야 하는 것인가?!

그냥 배낭 여행으로 전환할 것인가?!

인도여행서에는 매력적인 인도 배낭여행지가 많이 있지만

라다크 자전거 여행만을 생각하고 인도에 왔기에, 

나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가다가 눈에 길이 막혀

되돌아 오더라도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










저 멀리 비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내가 올라 가야할 갈지자 길





비는 하루종일 오다 말다 보슬보슬 추적추적.

계곡이 깊어 보슬비에도 금새 어딘가에 폭포를 만들어 놓고







이런 질퍽한 길도 수시로 지나가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갈지자 길


















마르히(Marhi) 인근에 천연(?) 스키장이 있기에 

현지 관광객들을 싣어 나르느라 차가 줄지어 있다.





저기 눈 덮인 길을 넘어가면  로탕 라(Rohthang La)





무질서로 완전히 꼼짝 달싹 못하게 꽉막힌 도로...

서로 양보하면 더 빨리 갈 수 있는데.

아무데나 차 세워놓고

조금만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가는 인도의 운전습관 때문에

자전거도 지나가길 힘들정도로 완전히 막혔다.




스키장에서는 먹는 매기(Maggi, 인도라면)은 역시...

맛없군.. 50루피.





인도의 천연 스키장...^^

식당, 매점, 화장실,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음..

그러다 보니 남녀 상관없이 노상방뇨가 다반사...

뭐 인도에서는 놀랄 일도 아니지만 잠시 바위에 걸터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서 아줌마 엉덩이 속살 보이며 볼일 보심...허참..




천연스키장에서 주운 천연 스틱으로 자전거 세우기


도움글 : 손목밴드와 막대기로 자전거 세우기

https://www.iwooki.com/351


여기까지가...자전거로 올라 올 수 있는 최고점...

자, 그럼 여기서 하루종일 비 맞고 올라온 길을 후루룩 내려갈까?~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곳까지

길이 아닌 길 만들며 찾아 계속 올라 간다.





때로는 눈 덮인 길을 자전거 메고 올라가고...

쟌스카(Zanskar) 밸리의 싱쿠 라(Shinku la)넘을때 사용하려고 준비했는데,

예상치도 못했던 로탕 라(Rothang La) 넘을 때 사용하게 되다니...


도움글 : 자전거 멜바를 보다 쉽게 하기 - 멜바끈 달기

https://www.iwooki.com/383




하루종일 파란 하늘 한 번 못 보았는데.

하늘에 가까워지니 이제야 하늘이 좀 열렸다.





자전거를 끌고 메고 가다보니, 바위 뒤에 숨어 거센 바람을 피해 하룻 밤 야영할 만한 곳 발견 

오프라인맵 맵스미에 따르면 12km 정도가면 움막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움막이 더 편하겠지만

앞으로의 나에게 놓인 길상태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잘못 하면 진퇴양란에 빠져 위험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상당히 위험한 모험인데...





해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나

여기서 오늘 하루 머무르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하고...

바로 옆에 눈이 높아 흐르는 얼음장 같은 물이지만 

하루종일 비와 땀으로 범벅인 몸도 개운하게 씻어주고

한가로이 오후 햇살 마음껏 받기




고산의 날씨는 언제 변덕스럽게 변할지 모르니

햇살 좋을 때

텐트, 매트리스 보송보송 말려주고





하루 종일 비에 젖은 양말과 신발 말리기

태양광으로 전화기도 충전해주고..




밤에는 낭만있게 모닥불이라도 좀 피워볼까

나무도 모으고...

(헛짓, 해 지고 텐트에 들어가 누으니 꼼짝 달싹 혼자 밖에 나오기 싫음)





여기저기 소똥이 보이기는 하지만, 나름 아늑한 보금자리 완성





이제 가스카트리지를 확보하였으니

알콜연료부터 소진하기로

알콜 스토브가 불편하기는 한데...나름 운치있네..


도움글 : 알콜 스토브 (Ultralight alcohol stove) 만들기

https://www.iwooki.com/295


카자(Kaza)에서 기시감이후 또 한번 뇌리를 스치는 기시감에 놀라고

제발 내일 자전거여행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내 달 그림자와 바스락 소리에 스스로 놀라는 고독한 무인지대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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