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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12. 또 다시 험난한 이동(Manali~Leh)



버스이동중 자전거가 버스에서 떨어져 부서졌을 때만해도

자전거 여행을 접고 배낭여행으로 전환할까도 싶었지만

참으로 고마운 이들의 도움으로 자전거와 여행장비도 수리 완료했고 

이틀간의 달콤한 휴식은 나를 다시금 길 위에 설 수 있게 해 주었다.

자! 이제 다시 길을 나서자!


그런데, 어디로 어떻게???

이번 라다크 자전거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쟌스카 밸리( Zanskar Valley)...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지 북쪽으로 넘어 가야 한다.

다시 로탕 라(Rohthang La, 해발 3980m)넘어서 ???

아 상상만 해도 벌써 숨이 차고 염두가 안난다.

일주일 사이에 한길이 훨씬 넘는 눈이 다 녹았을리 만무하고,

저 번에 넘을 때는 정말 하늘이 굽어살펴서 목숨을 건졌지...무사히 넘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너무 많은 행운찬스를 사용했기에 마지막을 위해 행운카드는 좀 아껴 두어야 할 것같다.

로탕 라를 넘는다고 해도 해발 4000m 안되는 로탕 라도 눈이 엄청 쌓여 힘들었는데

5000m가 넘는 싱쿠 라(Shinku la, Shingu la, Shingo la, 해발 5050m)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일단 레(Leh)로 가서 원래 계획했던 방향의 반대로 넘어 오다보면 혹시 길이 열릴 지 않을까?

그래, 여행은 어쩌면 이런 막연한 희망을 믿고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레는 어떻게 가지? ㅎㅎㅎ

눈만 아니면 마날리에서 레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한대씩 있는데, 이건 뭐 말해 뭐하나...당연 불가능하고


뉴델리까지 밤버스 타고 가서, 비행기로 레로 가는 방법이 있다.

비행기값이 비싼대신 시간은 절약되나, 기껏 여기 북부까지 며칠을 고생고생해서 어렵게 올라왔는데, 뉴델리까지 내렸갔다가, 다시 올라오기 재미적고, 그 혼잡한 뉴델리에서 자전거와 여행짐 메고 이동할 생각하니 막막하다. 비행기수화물로 부치기 위한 자전거 포장하기도 만만치 않다.

여기 저기 수소문 해보니 밤버스로 잠무(Jammu)가면 스리나가르 거쳐 레로 가는 버스가 아마도 있을 거란다.

밤버스는 피하고 싶었으나, 어찌하리

부랴 부랴 짐 칭겨 아래마을 리버사이드 터미널로 향한다.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표가 없단다.

또 다시 힘들게 메인로드로 올라와 여행사에 문의하니 전화 한번 돌리더니 6시 차표 예약해준다. ( 잠무까지 1000루피)

다시 리버사이드 터미널로 내려가 버스이정표나 탑승장이 따로 없기에

이사람 저사람 붙잡고 내가 타야할 버스를 수소문해야 한다.  

도대체 인도라는 나라는 이해하기 힘들다.

버스를 찾고는 또다시 자전거 완전분해 포장.

포장한 자전거는 운임 20루피 추가, 오호 좋다. 로컬버스는 예외없이 자전거운임으로 내 표값의 반값을 냈는데...

좌석도 맨뒤38인데 23번 중간으로 바꿔주고, 에어컨도 나온다. 의자가 뒤로 졎쳐지기도 한다..ㅎㅎㅎ

지난 번 28시간 쉬지않고 로컬버스 이동으로 엉덩이와 허리가 다져져서, 로컬버스에 비하면 이 버스(소위 볼보버스)는 거의 퍼스트클래스수준이다.


절대!!! 아주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도에서 장거리 로컬 밤버스 절대 절대 타지 마시라~~~


어여튼 버스는 출발하였고, 밤 10시 넘어 도대체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늦은 저녁 먹으라고 버스가 멈추고

자정 넘겨 한 밤중에 비몽사몽 물 빼라고 잠시 세워주워서 물 좀 빼고 오고...

모든 승객의 생리현상을 획일적으로 컨트롤하는 비인간적인 장거리 밤버스




< 나를 레까지 인도할 미니버스 >


그렇게 자는둥 마는 둥 아침일찍 잠무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호객꾼들이 달라들며 "레!!! 레!!! 레!!!"를 외친다.

오잉 이건 뭐지? 레가 잠무에서 마실 다니는 근처 동네도 아니고.


원래는 잠무에서 하룻밤 보내고 레로 이동하려 했는데

잠무에 특별히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방에 레까지 달려 볼까?!

혹시 모르니, 일단 쟌스카 밸리의 관문인 카길까지만 예약 (1800루피)


호객꾼이 이끄는대로 가다보니 어느새 미니버스에 짐짝처럼 실려 있는 나를 발견하다. 그래 갈때까지 가보자!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자.

좀 귀찮더라고, 포장가방에 자전거 잘 포장해서 넣고 끈으로 칭칭감아 흔들리지 않께 꽁꽁 짬매다





어느덧, 나도 여타 버스승객처럼 잠시 멈춰 선 식당에서 밥도 주문하고 생존을 위해 우걱우걱 집어넣고..





이제껏 지나온 풍경과 판이하게 다른 잠무의 어느 시골길 풍경





버스안에 영어할 줄 아는 이 하나없어 거의 손짓 발짓 눈치것 대화하며 그렇게 잘 가던 버스는 좀 있으면 해가 질 오후 4시 30분경 

Balfliaz 근처, 지도에 지명도 안 나오는 산골 어귀에서 멈추었다.

처음에 그냥 잠시 쉬었다 가는 줄 알았는데...

1시간...2시간...출발할 생각을 안한다.

오늘 여기서 저녁 먹고 가는건가?

여기서 죽치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스리나가르를 지나갈 때 인근에서 차에 돌 던지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이 다 집에 들어간 밤 시간 때 출발한다고 한다.

허허...참 무서운 동네다.

그렇게 해가 다 진 후에 출발한 버스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임도 수준의 비포장 언덕길을 한참 올라 자정이 다되서 한 검문소에 도착하여 모든 승객을 내려놓는다.

군인들이 차 아래며 짐들을 샅샅히 검사하는데 분위기 상당히 살벌하다.  

나는 외국인이라 따로 사무실에 들어가 검사받는데...

돌아가신 아버지부터...호구조사 다 하고

인도에 친구 있냐고 하길래.

당신이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다가...총 맞을 것 같은 분위기다.

별의별 경험을 다하는구나!


그렇게 검문소에서 또 한 참을 소비하고...다행히 인적하나 없는 스리나가르를 한 밤중에 돌 안 맞고 무사히 빠져 나가니 새벽 3시...  

차는 또 조그만 시골마을에 멈추고...한 참을 지체 하더니만...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6시에 출발한단다. 이 좁은 미니버스에서 다함께 자고 간다고...

허허...나 좀 살려줘! 어제도 차 안에서 한 숨 못 잤는데.

운전기사의 주선으로 숙소 하나 잡았는데

숙소 상태야 두말하면 잔소리...먼지 투성이에, 이불은 세탁 한번 안 한 것 같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다행히 화장실에 물은 나오네...그래도 잠시나마 허리 펴고 누울 수 있는게 어딘가!





새벽 동틀무렵 출발한 버스는 어느덧 배가 출출한 아점시간대가 다 되서 갑자기 멈춘다. 

함께 달리던 앞차에 이상이 있나보다.

스리나가르에서 레로 이어지는 길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검색하면 손가락안에 꼽히는 아주 험난한 길이다.

지금 우리는 그 한 가운데, 조지 라(Zoji La, 해발 3528m)를 넘고 있다.

그래서, 차 서너대가 함께 움직인다. 우리 일행도 내가 탄 버스 포함 3대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움직이는데

대략 분위기상 내가 탄 차의 운전수가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 싶다.

다른 차량의 바퀴에 문제가 있는지 솔선수범 바퀴도 스스로 갈아주고,

앞 차가 느리게 가는 듯 싶으면 바짝 붙어 똥침도 나주고,

매번 이 위험한 길을 오고 가는 이들은 정말이지 극한직업의 베스트드라이버이다.   





수시로 나오는 검문소? 톨게이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중에 하나인 스리나가르~레 도로




< 내가 탄 미니버스의 리더 개간지 운전수 >





위에 사진만 봐도 어제 잠무에서는 녹색 숲에 무더운 날씨였는데, 하루사이 눈 덮인 풍경이라니...








< 삥 뜯기는 운전수들... >

말이 안 통하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군복 비슷한 옷을 입을 사람이 사법경찰이란다.

처음에 운전수들이 100루피 안팎씩 모와 주었는데, 뿌리치며 화를 내고 거절하더니...

내 차 운전수가 되돌아와 쑥닥쑥닥 모의해서 조금씩 더 보태서 찔러주니 못 이기는 척 웃으면서 주머니에 쏙





이번 인도 여행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중에 하나인 매콤한 닭볽음과 난














하염없이 고개를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번

날씨도 변화 무쌍, 비 내리다가 눈으로 변신했다가 파란 하늘을 선사하는... 

라다크여행은 진정 시간이라는 돗단배에 무념의 나를 싣어 맡기는것







< 라마유르 (Lamayuru) 곰파 >







< 드디어 레 (Leh) >


버스는 밤 9시 넘어서야 레에 도착.

버스로 2박 3일 52시간동안 쉬지않고 힘든 여정 끝에 도착한 라다크의 수도 레

아마도 살면서 이렇게 긴 버스여행은 없을 듯 싶다.





늦었지만, 먼저 뭐 좀 먹어야겠다.

한국 여행객에는 꽤나 유명한 레의 숙소 겸 한식식당인 아미고에서 이번 여행 처음으로 먹어보는 한식요리 김치전

그런데, 메인 김치전보다 함께 주는 보리차가 더 맛있음

나 다녀오고 나서 얼마 후 업주놈이 한국여성을 성추행하는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하니 이제는 널리 알려 가지 않도록...





라다크의 수도답게, 숙박비는 다소 비싸지만(900루피) 숙소의 최소 기본(이불, 전기, 화장실, 온수)은 되있다.

어제의 숙소에 비하면 여기는 4성급,ㅎㅎㅎ

간만에 큰 볼일도 해결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니

2박 3일동안 버스에서 보낸 시간들이 오래 전 추억처럼 스르르 피로와 함께 씻겨 나가는 듯하다.

내일 세상에서 제일 높은 자동차 도로라는 카르둥라 (Khardungla, 5606m)를 자전거로 바로 넘어 버릴 수 있을지도?


참고로 레의 해발고도가 3500m가 넘기에 만약, 뉴델리에서 레로 바로 비행기 타고 왔다면 고소 적응이 필요하다.

◆ 참고 : 고소증 고산병 예방 및 치료법 (https://www.iwooki.com/218) 

나는 이미 해발 4000m를 넘나들면서 어느정도 고소적응이 된 듯 싶어했지만 이런 고산에서는 원칙적으로 샤워도 삼가는 것이 좋다.  



이전편 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11.파란만장한 여정(Khoksar~Manali)


다음편 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13.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 카라둥라(Khardungla, 5606m)를 넘어 (Leh~Khar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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