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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똑같은 색을 내는 나무 하나 없다.
짙은 풀빛, 연초록, 흐리멍텅 연두, 붉은 빛 자주, 약간 바랜 노랑
표현할 수 색깔의 이름이라곤 이것 밖에 안되다니
내가 말한 색깔이 맞기는 하는 걸까?.
하기사 누군들 저 색깔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늘 마저도 단순히 파랗다고 한 색깔로 말할 수 없을진데...
(언제부터 하늘은 파란색이였을까? 참 할 일 없다)
해, 구름, 온도, 날씨, 바람에 따라, 그리고 보는이의 감각과 기분에 수시로 변할테니 말이다.
내게 보이는 세상과 타인에게 보이는 세상이 똑 같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란 옥수수밭 사이사이 하얗게 칠한 집들이 옹기종기

 



자전거도 좀 기대어 쉬어 가고 싶을 듯...

 

아슬 아슬한 건너편 분지에 자리한 집 한채
이 낯선 곳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나는 것은 무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도 삼천이 채 안되것만.
여기는 기본이 삼천부터 시작이다.
여기도 산 저기도 산 온통 산이고
계곡은 협소하다 보니 산 중턱에 조금이라도 평평한 곳이 있으면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지 모를 물줄기는 폭포가 되어 여기서 한 바탕 쏟아낸다..

 

어제 다 못 내려온 내리막은 점심 먹은 후에야 비로소 끝내다.
중간에 간혹 엉덩이 들고 한 번 흔들어 주면 넘을 만한 짧은 오르막이 몇개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물길을 따라 이백리 조금 넘게 내려왔다.
고도는 이제 삼천 밑을 맴돈다. 숨쉬기가 한결 쉽다. 기온도 한 결 포근하다.
내리막이 있음 오르막이 있기마련
이젠 물길을 거슬러 오르막이 시작된다.

 

세상만사 물길따라 흐르는대로 흘러가면 얼마나 편하고 좋으련만.
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야만 다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이 힘든 오르막의 끝은 어딜까?
누가 알까?
그저 덤덤히 페달을 구르고,
힘드면 잠시 쉬어 가고,
오늘 못 가면 내일 가고,
내일 못가면 모레 가면 되지..

 

RanWu 온천

전날 오후 내내 오르막을 오르다 지쳐 힘들고
해도 산뒤에 숨어 버려서 대충 길 옆에 야영자리를 찾는데...
오토바이 타신 멋쟁이 친절한 스님이 조금만 가면 좋은 쉼터가 있단다.
눈치 코치 대략 온천같다.
조금만 이라더니 지친 몸에 오르막 십리가 넘는다. 그것도 길에서 좀 벗어나서T_T
그래도 힘든 보람이 있다.
비록 세상에서 두번째로 좋은 루푸챠카온천 만큼 물은 뜨끈뜨끈하지는 않지만, 뒤쪽에 야외 풀장이 있고, 방마다 욕실이 따로 있다.
완전 온천 맛 들였다.

 

온천 주위 풍경이 파키스탄 훈자 마을 뺨치게 아름 답다.
이 마을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온천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ㅎㅎㅎ
 

아..까마득하다.
조그만 가면 오르막이 끝날거라고 스스로 위로도 못하겠다..
뻔히 저기 오른 쪽 산 모퉁이까지 오른다음에 다시 꺽어서 왼쪽으로 올라라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은 알 수도 없다.
길도 다시 비포장이다.
막 길을 나서는데, 경운기 한대가 먼지를 잔뜩 내고 지나간다.
가는데까지만이라도 그냥 싣고 싶다.

 

그래 그냥 무덤덤 조금씩 오르면 되는 거야.

 

다랑이들이 오밀조밀 조각보 같다.

 

하~~
웃음이 절로 난다.
자기들만의 의사소통과 계급의 집단 사회를 이루는 개미...인간...
분명 저 마을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웃음이 있고, 다툼이 있고, 기분 좋은 일이 있고 나쁜일이 있을텐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조금 높은 곳에서 멀찍이 바라 본 우리의 모습이 저러할진데,
하물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위에 개미보다도 더 작아 보일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갑자기 애꿎은 상상.
'애야! 아랫 마을 가서 뭐 좀 사오너라'
헉헉 반 나절 후
' 그거 말고....'

 

오르막의 오른쪽 모퉁이를 돌자 펼쳐진 험준한 바위산들

 

조금씩 조금씩 조각보가 작아 지기 시작했다.

하늘 거참~~~
오지게 파랗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이제 저기만 돌아 가면 오르막이 끝나겠지 했는데...끝이 없다.
아무래도 저 능선도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오전 내내 오르막이다.
다행히 욕 나오기 전에 오르막이 끝나고 신나게 내려 가는데...
꼴랑 땀도 식을 틈도 없는 십리쯤 내려 가더니만 또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런...
이런 곳에서 자전거 여행자를 만나다니
반가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얼사안코 두둥실 춤이라도 추고싶다.
미국에서 완단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었다.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의 일반적인 표준( 많이 선호하는?)들을 엄선하여 조립한것 같다.

차체 : 크로몰리 소재 Surly 와 앞 리지드포크(이런 길에서는 완충이 좀 되는 막샥이 좋다. 녀석, 나를 부러워한다.^^)
핸들 : 로드사이클형 드롭바
바퀴 : 26" 산악 자전거용
타이어 : 슈발레 마라톤 레이스 1.75(Schwalbe Marathon) 그런데 보통은 좀 더 두꺼운 XR을 쓴다.
짐받이(Rack) : 튜뷰스(Tubus)
가방(Pannier) : 오트립 (Ortlieb)
안장 : 브룩스 (Brooks)
기타 : 물받이, 복장, 신발도 숙련된 흔적이 보인다.

부품구성은 대략 MTB계열 데오레 이상부품 ?
다만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은 뒷쪽 구동부품을 일반적으로 잔고장은 거의 없지만 무지 비싼^^롤로프(Rohloff) 시스템을 쓰는데 이 친구는 나와 비슷한 일반적인 산악 부품시스템을 사용했다.


서로 자기가 지나온 길에 대해서 정보를 나눈다.
녀석에게는 희망이
앞으로 5키로만 올라가면 신나는 내리막과 온천이 있다는 말에 녀석 신나한다.
하지만...그 뒤에 이백리 애기는 안했다..ㅎㅎㅎㅎ

난 당장 우울 모드...
앞으로 큰 고개가 3개가 더 있단다.
오늘안에 마을에 닿을 수 없단다.
먹을 것도 다 떨어졌는데.
또 다시 산적질 이다.
그런데.
이거 지나가는 차가 있어야 산적질 재미가 나지.
오전에는 간혹 서너대 지나가더니만 해 질 무렵에는 차 한대 없다.
뭐 당연하지.
이런 산속에서 밤에 지나가다 차라도 고장나면 꼼작 달싹 못할테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조금 가다가 깊은 산 속에 야영을 하다.
모닥불 피우고, 나름 깊은 산속의 운치가 있다.

  

벽양계곡
알록 달록 단풍은 우리네 내장산이나 설악산만큼 이쁘지는 않은데,
규모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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